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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AI로봇전문가 박찬훈 소장
Beyond the Work을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은 웹진 ‘Beyond the Work’ 2024년 12월호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평지를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바퀴가 장애물을 만나면 모양을 변형해 뛰어넘는다.
AI로봇연구소가 내놓은 모핑 휠 기술이다. 자율적으로 섬세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박찬훈 소장을 만난다.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요즘은 AI와 로봇의 시대라고들 하죠. 저희 연구소는 로봇의 몸체에 해당하는 로봇 메커닉스에 관련한 기술들, 그리고 로봇 바디에 탑재되어 사람의 지능에 준하는 자율적인 작업들을 할 수 있게 하는 AI 기술, 그리고 이 로봇과 AI의 결합체에 관련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로봇공학의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세부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AI로봇연구소의 최근 연구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에 필요한 로봇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이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는 상당히 무겁고 큰 힘을 내야 하는 형태의 로봇이 주로 개발되었다면, 저희는 옷처럼 가볍고 입기만 하면 우리의 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비교적 비싼 비용을 치르고 구매한 로봇이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을 대신할 로봇이 기술 부족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로봇의 지능이 사람에 비해 자율적이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능 그리퍼와 인간형 핸드 기술 또한 개발했습니다. 만능 그리퍼는 어떻게 생긴 물체든, 또는 어떤 특징을 가진 물체든 한 대의 로봇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봇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로봇의 활용도를 극단적으로 높여줄 수 있습니다.
인간형 핸드 기술은 사람의 손과 같은 동작, 가위나 핀셋 같이 사람이 다루는 도구를 다루는 로봇 기술입니다. 그 원천 기술 또한 저희 연구소가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봇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기술이 모빌리티, 이동 기술입니다. 이동에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휠입니다. 원형으로 된 휠은 평지를 빠르게 달릴 수 있죠. 이러한 휠 형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장애물을 넘는 것입니다. 사람이 탑승한 로봇이 계단을 만나면 못 올라가는 경우 등이죠. 그런데 또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특수한 장치를 더하면 평지에서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연구소에서 특수한 형태의 모핑 휠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평상시에는 고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휠의 원형을 유지해 빠르게 이동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이 휠이 변형해 일종의 무한궤도처럼 바뀌어서 계단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이동 로봇의 사용 범위를 매우 넓힐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모핑 휠의 큰 장점은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져 있어 휠이 있는 곳에 장착하기만 하면 고속 이동과 장애물 극복 능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외에 로봇 시스템에 관련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이러한 단위 기술들의 집합이 결국에는 로봇이라는 총합으로 나타나고, 공장과 서비스 필드 등에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걸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을 고난도 로봇 기술이라고 하는데 특히 조립과 관련한 일, 케이블과 같은 유연체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그러한 분야 역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I로봇연구소의 모핑 휠 기술은 향후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까요?
고대부터 사용된 휠은 이동할 때 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이동기구였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에는 굉장히 취약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모핑 휠은 전통적인 고속 주행 능력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이 두 발로 걷는 것처럼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휠과 레그(다리) 기술이 결합되어 이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한 곳 어디에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에 이 기술을 접목하면 휠체어에 탑승한 분들이 계단을 오를 수 있고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심하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동 로봇에 접목하면 로봇이 인도나 계단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동을 베이스로 하는 모든 장치들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로봇공학에 접목되는 AI 기술은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저희 연구소는 AI 자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아니라 AI를 로봇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에 충분한 지능으로 만드는 기술,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고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기술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업체들이 잘 해내고 있는 분야입니다.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로봇 자율주행 기술은 실내, 실외,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계단 등 다양한 환경에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주행하고, GPS가 없는 환경에서도 자율적인 주행이 가능한 슬램 기술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슬램(SLAM,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 기술을 연구하고 있죠. 더불어 LLM(거대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로봇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공장이나 서비스 현장에서 로봇에게 일을 시키려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LLM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진, 영상, 현장의 상황들을 토대로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LLM 기술을 접목해 변화된 환경에서 로봇 스스로 자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로봇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까요?
아마도 사람과 비슷하게 생기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차세대 로봇이 되겠죠. 빠르면 10~20년 안에도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통상 차세대 로봇이라고 하면 형태가 사람을 닮았다기보다 사람과 공존하면서 사람이 하는 많은 작업들을 보조해주거나 대체해주는 로봇을 말합니다. 그 차세대 로봇에서는 지능과 관련된 요소들이 중요하고요. 사람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니까요. 지능이 확보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물리적 능력이 있어야 하므로 이 또한 중요합니다.
따라서 차세대 로봇은 과거 대비 자율적인 지능 체계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몸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로봇이 사람이 하기 어려워하는 일들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소장님께서 로봇 연구를 하시게 된 배경, 그리고 앞으로 연구·개발하고 싶은 로봇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기계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기계공학은 굉장히 광범위해요. 로봇에 관련된 것도 있지만 일반적인 산업기기에 관련한 공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어를 가공하거나 베어링 같은 기계 부품을 개발하는 전공, 계산 역학에 관련한 분야도 있죠. 대학원에 진학해서 랩 투어를 다녔는데 로봇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연구자들의 연구가 시각적으로 눈앞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저희 연구소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을 하시는데 늘 AI로봇연구소를 제일 많이 방문하세요. 실제로 연구 결과에 대한 데모를 참관하실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한 가지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환상과도 관계가 있는데 저도 아톰이나 마징가, 태권V 같은 영화를 많이 봤고, 내가 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소에는 어떤 인재들이 모여 있나요? 함께 연구하고 싶은 인재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현대의 다른 과학기술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의 기술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는 쉽지 않아요. 로봇 분야 역시 하드웨어 기술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없고, AI 기술만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AI와 로봇, 소프트웨어, 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해야 세상이 원하는 로봇 기술이라는 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일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연구자가 그 많은 연구를 전부 해낼 수는 없습니다. 내가 관심 있는 한 가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관심을 갖지 못했던 다른 분야들에 대해서도 지식을 얻고 융합해 연구할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연구자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지식의 한 분야만 편식하지 않고 두루 공부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 탐구하고 논리를 만들어보고 체계적인 계획을 가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자기 분야에서는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 타 분야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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