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NTERVIEW

Q) 유품정리인으로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사람이 죽고 나서 남아 있는 유품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의뢰인을 만나 유품정리 업무를 설계하고, 유품 정리를 모두 마친 후 집 열쇠를 의뢰인에게 건네줄 때까지 모든 일을 책임집니다.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정리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 상속이 제대로 되기 위해 상속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도 저희 일 중 하나입니다.

Q) 유품을 정리할 때 기준 같은 게 있나요?
A) 유품 가운데 등기부등본, 전세계약서 등 법적인 권리 관계에 관한 것들은 고인만 아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수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인의 물건 중 고인의 명예와 관련해 감춰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자식이나 친지에게 알려줘야 할 것들도 있어요. 모든 유품을 다 없앤다는 개념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 고인의 생각 등을 헤아려 “고인이 살아 있을 경우 이렇게 처리했을 것이다” 싶은 기준대로 정리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Q)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원래 무역업에 종사했습니다. 2006년에 직원 중 한 명이 남해로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사망을 했는데 제가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유가족들에게 곤혹스런 일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 후 남은 사람의 곤혹스러움에 대해 생각하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일본에 갔다가 NHK에서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유품 정리 회사 대표인 요시다 타이치씨를 만나서 일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Q) 어떤 준비를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이 일은 일본의 키퍼스라는 회사에서 전세계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키퍼스 대표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을 국내에 번역하는 일도 해봤습니다. 3년 정도 일본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고요.

Q) 이 일과 관련한 학과가 있다면요?
A) 장례지도학과, 생사의례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과 출신들이 하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법학과 출신들은 이 일을 하진 않겠죠? 사실 이 일이 자리를 잘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시각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사회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뛰어넘을 필요도 있습니다.

Q) 이 직업만의 매력은 뭔가요?
A) 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그가 그 도움으로 웃을 때 가장 행복해합니다. 유품 정리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유족들 중 고인의 애정이 깃든 물건 하나를 찾고 싶고, 제대로 보관하고 싶다고 의뢰를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일을 잘 진행해서 유족들이 덕분에 고인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줬을 때 보람이 큽니다.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죠.

Q) 하지만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A) 이 직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힘듭니다. 고교 1학년인 제 딸마저 아버지의 직업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직업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죽은 사람이 있던 곳을 청소하는 일로 여기는 선입견과 편견이 가장 무섭습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함께 사시다가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셨는데 할머니가 집에 다녀오시겠다고 하시고는 댁에서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집을정리 하려고 보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계시더군요. 자녀들이 집 정리 의뢰를 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유품이지만 할아버지는 살아계시기 때문에 유품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족들을 설득했죠. 할아버지는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계십니다. 훗날 유족들도 그 일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내더군요. 이 에피소드가 말해주듯 어떤 기준과 입장에서 유품을 정하고 정리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A) 일본의 유품 정리는 원스톱 포장이사 서비스 산업 수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유품 정리를 요청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로 유품 정리를 제대로 하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재활용, 폐기물, 이삿짐 모두를 포괄적으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아직 걸음마 수준이죠. 시기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더 많은 업체가 나오고 산업화 되느냐에 따라 고용은 물론 시장 규모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 그런 점을 알고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또 단순 청소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 직접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이 진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